채주희
전북대학교병원 신경과
안녕하세요? 임상신경생리학회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2023 PNS annual meeting에 참석하였고, 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여러 일들로 많이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조금씩 지워져 가는 듯 하던 학회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고 있자니 또 즐거웠던 순간들이 되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첫 시작은 이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공항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을 정도로 비행기를 좋아합니다. 이 날도 역시 기분 좋게 비행기를 탑승하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제가 탈 비행기가 중국 군사 훈련으로 인해 최소 두 시간 지연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두 시간 후에 코펜하겐으로 가는 환승 비행기를 탑승해야 하는데 말이죠! 인천에서도, 비행기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려 하는데, 지상직 직원분이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도 지연이 되었다고 좋은 소식을 전해줍니다. 운이 좋았지만 이렇게 마음 졸인 여행길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참석하신 교수님들 중에서는 환승 비행기가 문을 닫아버려 다음날 진료가 있었는데도 귀국이 연기되었던 분도 있고, 짐이 도착하지 않아 고생하신 분들도 있고, 여러 모로 공항에서 속을 썩힌 분들이 많았던 학회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코펜하겐은 예쁘고, 잘 정돈된 도시였습니다. 도시에는 운하가 흘러 어디든 물이 있어 보트 타기를 즐기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하늘도 맑았습니다. 유럽 국가임에도 대중교통 역시 깨끗하고 시간도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이 인상깊어 제 스스로 ISTJ 맞춤형 도시다 이름 붙여 보기도 했습니다. 아늑하고 기분 좋은 상태, 라는 뜻의 “휘게 Hygge” 라는 단어가 있는 나라답게 시민들 뿐 아니라 왕족, 정치인들도 매우 소박한 삶을 산다고 합니다.
학회장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점심을 먹는 식당 안에 나무가 있는 등 북유럽 스러웠습니다. 제가 포스터를 냈던 ATTR-PN 관련 강의부터 CIDP, CMT, COVID 관련 강의까지 매우 다양해 골라 듣기에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바는, 포스터 발표자와 강의 연자 모두 자신의 연구에 진심이고, 진지한 토론을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영어 실력과 자신감의 부족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해보리라 다짐해봅니다.
참석하신 교수님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할 자리를 마련해주신 존경하는 은사님 성정준교수님께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안석원교수님, 윤병남교수님, 김지은교수님, 함께 덴마크 MZ 체험도 하고 미켈러 맥주 탐방한 백설희교수님, 양지원교수님과 영원한 동기 유일한선생님, 뉘하운 야경과 아페롤을 함께한 중앙대 추이슬선생님, 식당 예약에 애쓴 주우희선생님까지 이 자리를 빌어 좋은 추억의 한 페이지를 같이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